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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 목록만 10개, 정작 한 것은 0개인 이유

할 일을 10개나 적어놨는데도 정작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날이 있습니다. 이건 게으름이 아니라, 무엇부터 해야 할지 정하는 과정에서 뇌가 지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브레인덤프로 꺼낸 할 일을 4사분면으로 나누고, 10분 안에 끝낼 수 있는 쉬운 일부터 시작하는 퍼스트잇만의 방법을 소개합니다

퍼스트잇2026. 5. 11.
할 일 목록만 10개, 정작 한 것은 0개인 이유

ADHD 실행을 돕는 4사분면 우선순위 정리법

지난 글에서는 머릿속이 복잡할 때 생각을 밖으로 꺼내는 방법, 브레인덤프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브레인덤프는 머릿속에 떠다니는 할 일, 걱정, 메모, 미뤄둔 일을 종이에 전부 쏟아내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의 문제가 생깁니다.

막상 다 적어놓고 나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뭐부터 하지?”

할 일은 10개나 적어놨습니다. 하지만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중요한 일도 있는 것 같고, 급한 일도 있는 것 같고, 금방 끝낼 수 있는 일도 있는 것 같습니다.

생각을 꺼내긴 했는데, 다시 막막해지는 순간입니다.

결국 할 일 목록만 바라보다가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하는 날이 생깁니다. 분명 오늘은 뭔가 해보려고 했는데, 하루가 끝날 때 돌아보면 정작 끝낸 일은 없습니다.

이럴 때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탓합니다.

“나는 왜 이렇게 게으르지?” “왜 할 일을 적어놓고도 못 하지?” “왜 남들처럼 중요한 것부터 바로 못 하지?”

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게으름의 문제가 아닙니다.

ADHD 성향이 있는 사람에게는 우선순위를 정하는 과정 자체가 큰 에너지 소모가 될 수 있습니다. 할 일을 적는 것까지는 했지만, 그중에서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단계에서 뇌가 멈춰버리는 것입니다.

전전두엽은 계획 세우기, 우선순위 설정, 충동 조절, 실행 시작과 관련된 기능을 담당합니다. ADHD 성향이 있을 때는 이러한 실행 기능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부담을 더 크게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할 일이 여러 개 있을 때 머릿속에서는 계속 비교가 일어납니다.

“이게 더 중요한가?” “아니면 저걸 먼저 해야 하나?” “이건 금방 끝날 것 같은데.” “근데 진짜 중요한 건 저건데.” “잘못 고르면 어떡하지?”

이렇게 계속 판단하다 보면 실행하기도 전에 에너지가 소진됩니다. 이것을 흔히 결정 피로라고 부릅니다.

결정 피로가 쌓이면 뇌는 가장 쉬운 선택을 하려고 합니다. 그 선택은 때로 “아무것도 하지 않기”입니다.

그래서 할 일이 많을수록 오히려 멈추게 됩니다. 해야 할 일을 몰라서가 아니라, 무엇부터 해야 할지 정하는 과정이 너무 버겁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필요한 방법이 바로 4사분면 정리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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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덤프로 꺼낸 할 일을 그대로 두지 말고, 딱 4칸으로 나누는 것입니다.

첫 번째 칸은 10분 이내 바로 처리할 수 있는 일입니다. 예를 들면 세탁기 돌리기, 공과금 내기, 가계부 쓰기처럼 짧은 시간 안에 끝낼 수 있는 일입니다.

두 번째 칸은 집중이 필요한 일입니다. 예를 들면 카드뉴스 기획, 스레드 업로드, 내일 준비처럼 생각과 에너지가 필요한 일입니다. 이 칸에 들어간 일들은 나중에 우선순위를 정해서 차례대로 다루면 됩니다.

세 번째 칸은 미뤄도 되는 일입니다. 오늘 꼭 하지 않아도 되는 일, 지금 당장 실행하지 않아도 큰 문제가 없는 일입니다. 이 칸을 만드는 이유는 중요합니다. 모든 일을 오늘 해야 한다고 느끼면 뇌는 쉽게 과부하가 걸립니다. 미뤄도 되는 일을 따로 빼두면, 오늘 해야 할 일의 압박이 줄어듭니다.

네 번째 칸은 습관, 청소, 운동처럼 반복 관리가 필요한 일입니다. 예를 들면 30분 러닝, 책상 정리, 산책 같은 일입니다. 이런 일들은 한 번에 끝내는 프로젝트라기보다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행동에 가깝습니다.

이렇게 4칸으로 나누기만 해도 머릿속이 훨씬 정리됩니다.

브레인덤프를 했을 때는 모든 일이 한꺼번에 섞여 있습니다. 중요한 일, 사소한 일, 미뤄도 되는 일, 빨리 끝낼 수 있는 일이 전부 같은 무게로 느껴집니다.

하지만 4사분면으로 나누면 할 일의 성격이 보입니다.

금방 끝낼 수 있는 일은 따로 보이고, 집중이 필요한 일은 따로 보이고, 오늘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빠지고, 반복 관리가 필요한 일은 다른 방식으로 다룰 수 있게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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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를 끝냈다면, 처음에는 10분 안에 처리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보통은 “중요한 일부터 하라”고 말합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ADHD 성향이 있는 사람에게는 중요한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 오히려 더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중요한 일은 부담이 큽니다. 생각할 것도 많고, 실패하면 안 될 것 같고, 제대로 해야 할 것 같은 압박이 생깁니다. 그래서 중요한 일일수록 더 미루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ADHD 실행 관리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완벽한 선택이 아니라 시작 버튼을 누르는 것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쉬운 일부터 시작해도 됩니다.

세탁기 돌리기. 공과금 내기. 간단한 메모 정리하기. 책상 위 물건 하나 치우기.

이런 작은 일을 하나 끝내면 뇌는 “시작했다”는 감각을 얻습니다. 멈춰 있던 상태에서 움직이는 상태로 전환됩니다.

그다음에는 두 번째 일로 넘어가기가 조금 쉬워집니다. 처음부터 큰일을 해내려고 할 때보다, 작은 완료 경험을 만든 뒤 중요한 일로 넘어가는 편이 실행에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즉, 4사분면 정리법의 핵심은 단순히 할 일을 나누는 것이 아닙니다.

브레인덤프로 머릿속을 비우고, 할 일을 4칸으로 분류하고, 가장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일부터 처리하면서, 멈춰 있던 실행 흐름을 다시 만드는 것입니다.

해야 할 일이 많을 때 중요한 것은 모든 일을 한 번에 해결하는 것이 아닙니다. 먼저 뇌가 움직일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입니다.

할 일 목록을 10개 적었는데 정작 한 것이 0개였던 날이 있다면, 당신이 게을러서가 아닙니다. 그 목록 안에서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정하는 과정이 너무 버거웠던 것입니다.

FIRST-IT은 이런 순간을 위해 만들어진 ADHD 실행형 플래너입니다. 할 일을 더 많이 적게 만드는 플래너가 아니라, 머릿속의 생각을 꺼내고, 분류하고, 오늘 실행할 수 있는 작은 행동으로 바꾸는 도구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4사분면으로 나눈 할 일 중에서 딱 3개만 정해 하루를 리셋하는 방법을 다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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